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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교황’, ‘콘클라베’, ‘희망’, ‘나의 인생’…영화·책으로 다시 만나는 프란치스코 교황 영화 ‘두 교황’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교황청이 지난 21일(한국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발표하면서 그를 조명한 영화와 자서전에도 다시금 이목이 쏠린다. 가톨릭교회 2000년 사상 첫 남미 출신이자 1282년 만의 비 유럽권 교황으로, 평생 가난한 이들과 어울리며 복음을 실천한 교황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을 터다.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두 교황’(2019)은 자진 퇴위로 세계를 놀라게 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의 뒤를 잇게 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만남을 토대로 한 영화다. 베네딕토 16세를 배우 앤서니 홉킨스, 프란치스코 교황을 배우 조나단 프라이스가 맡았다. 두 명배우가 보수와 진보를 대변하는 두 교황의 모습을 ‘싱크로율 100%’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영화에서 프란치스코 당시 추기경이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에게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 학대 은폐한 사건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하는 장면이나, 젊은 시절 아르헨티나 군사독재를 막지 못했다고 고해성사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위험한 곳을 살피고,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편에 서 왔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품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도 꼽힌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디든 걸어다니고 자전거를 이용하는 모습, 탱고와 축구를 사랑하는 모습 등 인간적인 면모도 엿볼 수 있다. 영화 ‘콘클라베’의 한 장면. 디스테이션 제공 교황의 선종 이후 벌어질 추기경들의 선거는 지난달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콘클라베는 9일간의 추모 기간이 지난 뒤 진행하는 교황 선출 비밀 선거를 가리킨다. 영화는 선거를 총괄하는 추기경 로런스(레이프 파인스)의 시선으로 사흘 동안 6번에 걸쳐 진행되는 투표를 촘촘히 따라간다.이 과정에서 추기경들이 진보와 보수로 나눠 치열한 선거전을 펼치고, 과거의 애정사는 물론 인종과 젠더 문제까지 건드리면서 결국 ‘교황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부각한다. 선거를 거쳐 탄생하는 새 교황을 통해 교황의 자격은 무엇인지 진중한 질문도 던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뽑은 지난 콘클라베는 2013년 3월 12일부터 이틀에 걸쳐 5차례 투표로 진행됐다. 이번 콘클라베에는 전 세계 80살 미만 추기경 120명 이상 최대 14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자서전 ‘나의 인생’과 ‘희망’ 표지. 윌북, 가톨릭출판사 제공 실제적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은 그가 생전에 냈던 자서전으로 더 자세하게 읽을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출간된 자서전은 ‘나의 인생’(윌북)과 ‘희망’(가톨릭출판사) 2권으로, 지난달 출간됐다.‘나의 인생’은 이탈리아 민영 방송사 메디아셋의 바티칸 전문 기자 파비오 마르케세 라고나가 집필을 도왔다. ‘희망’은 애초 교황의 사후에 출간될 예정이었지만, 가톨릭에서 특별한 해인 희년을 맞아 올해 앞당겨 나왔다. 가톨릭 희년은 25년마다 거행되는 신앙과 참화, 용서의 해를 말한다.두 책 모두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필에 참여한 공식 자서전이어서 내용은 비슷하다. 책에서 교황은 80여 년 세월 동안 겪었던 역사적 사건과 세월의 굴곡을 함께 한 자신의 삶을 풀어냈다.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조상들 이야기와 부모 세대가 겪은 전쟁의 참혹함을 비롯해 유년기의 경험, 젊은 시절의 고민, 사제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일들, 그 과정에서 자기의 고민과 내면의 모습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낸다.두 책 모두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분열과 반목을 신학적인 측면이 아니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적었다. 선종 소식이 알려진 21일 오후부터 자서전 ‘희망’은 인터넷 서점의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했다. 22일 오전을 기준으로 인터넷 교보문고에서는 3위, 알라딘 5위, 예스24에서는 7위를 기록했다. 디시트렌드 2025.04.22 11:50 -
'마약 투약' 유아인, 한국영화감독조합 시상식 후보 올라 마약 상습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5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주최하는 시상식 후보에 올랐다.DGK는 다음달 열리는 제23회 디렉터스컷 어워즈 시상식 후보 명단을 22일 발표했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31일 사이 나온 DGK 정·준회원 감독의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가 심사 대상이다.유아인은 지난달 개봉한 영화 '승부'로 남자배우상 후보에 올라 '미키 17' 로버트 패틴슨, '아침바다 갈매기는' 윤주상, '승부' 이병헌, '파묘' 최민식과 경합한다.유씨는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서울 일대 병원에서 미용 시술의 수면 마취를 빙자해 181차례에 걸쳐 의료용 프로포폴 등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투약량은 프로포폴 9635.7㎖, 미다졸람 567㎎, 케타민 11.5㎎, 레미마졸람 200㎎ 등으로 조사됐다.그는 2021년 5월부터 2023년 8월까지 44차례 타인 명의로 두 종류의 수면제 1100여정을 불법 처방받아 사들인 혐의도 있다. 지난해 1월 최씨 등과 함께 미국에서 대마를 3회 흡연하고, 다른 이에게 흡연을 교사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검찰은 대법원에 항고했다.디렉터스컷어워즈 포스터. DGK디렉터스컷 어워즈 여자배우상 후보로는 배우 김고은이 '대도시의 사랑법'과 '파묘'로 이름을 올렸고, '그녀에게' 김재화, '그녀가 죽었다' 신혜선, '아침바다 갈매기는' 양희경이 포함됐다.영화 부문 감독상 후보에 '승부' 김형주, '핸섬가이즈' 남동협, '미키 17' 봉준호, '하얼빈' 우민호, '파묘' 장재현, '보통의 가족' 허진호 감독이 지명됐다.2022년 신설된 시리즈 부문의 감독상에는 '가족계획' 김곡·김선, '동조자' 박찬욱, '기생수: 더 그레이' 연상호, '살인자ㅇ난감' 이창희, 'LTNS' 임대형, '오징어 게임' 시즌2 황동혁이 후보에 올랐다.디렉터스컷 어워즈는 1998년 '젊은 영화 감독 모임 디렉터스컷'이 열었던 제1회 시상식을 DGK가 2017년부터 주최하고 있다. 한국 영화감독들의 투표로 후보와 수상자를 선정하는 행사로, 올해는 5월 20일 오후 7시 열린다.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디시트렌드 2025.04.22 11:36 -
‘마약 투약’ 유아인, 남자배우상 후보 됐다 프로포폴과 코카인 등 마약류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2023. 5. 24 도준석 기자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이 남자배우상 후보에 올랐다.22일 영화계에 따르면 한국영화감독조합은 다음 달 열리는 제23회 디렉터스컷어워즈 후보 명단을 이날 발표했다. 유아인은 영화 ‘승부’로 로버트 패틴슨(미키17)과 윤주상(아침바다 갈매기는), 이병헌(승부), 최민식(파묘)와 함께 남자배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김형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승부’는 사제지간에서 라이벌이 된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의 대결을 그린다.유아인은 이창호 9단의 소년 시절을 연기하며 ‘돌부처’라 불리는 이 9단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과 말수 없는 성격, 그 안에 눌러담은 제자로서의 고뇌를 밀도 있게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유아인은 영화 촬영을 마치고 공개를 앞둔 상황에서 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그러다 지난달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돼 석방됐다.‘승부’는 2023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유아인의 마약 투약 파문으로 개봉이 미뤄져 자칫 ‘창고 영화’가 될 뻔했다. 가까스로 지난달 26일 개봉해 전날까지 2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병헌과 유아인의 ‘투톱’ 영화이지만 영화 포스터와 예고편, 홍보 과정 전체에 걸쳐 유아인은 모습을 감췄다.한편 여자배우상엔 김고은(대도시의 사랑법·파묘), 김재화(그녀에게), 신혜선(그녀가 죽었다), 양희경(아침바다 갈매기는)이 후보에 올랐다.감독상에는 ‘승부’ 김형주 감독, ‘핸섬가이즈’ 남동협 감독, ‘미키17’ 봉준호 감독, ‘하얼빈’ 우민호 감독, ‘파묘’ 장재현 감독, ‘보통의 가족’ 허진호 감독이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 디렉터스컷어워즈는 다음달 20일 열린다. 디시트렌드 2025.04.22 10:52 -
세 여인의 우정과 연대… 빛은 사람에게서 나온다[영화 프리뷰] 영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사람들은 꿈을 찾아 도시로 몰려든다. 그러나 도시에서의 삶은 어둡기 그지없다.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 정글 같은 일터에서 일하다 녹초가 돼 작은 집에 이르면, 그렇게 하루가 다 가 버린다.23일 개봉하는 인도 영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인구 2000만명의 대도시 뭄바이에서 일하는 세 여성의 삶을 보여 준다.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프라바(카니 쿠스루티)와 아누(디브야 프라바), 청소부 파르바티(차야 카담)는 저마다 고민거리가 있다. 프라바는 결혼 직후 독일로 일하러 떠난 남편과 1년째 연락이 되질 않는다. 힌두교도인 아누는 주변 사람들 몰래 무슬림 남자와 연애 중이다. 파르바티는 20년 넘게 살았던 집터가 개발에 들어가면서 불법 거주자가 돼 거리로 나앉게 될 판이다.홀로 고향을 떠나온 이들은 가족이나 친구와 멀리 떨어져 있고, 서로에게 기대고 기댈 곳이 되어 준다. 프라바는 아누의 부족한 집세를 대신 내주기도 하고, 곤경에 처한 파르바티를 위해 변호사를 알선해 준다. 또 병원에 잠시 파견 나온 남성 의사에게 마음이 가지만 남편 때문에 애써 자신을 억누른다. 아누는 그런 프라바에게 “어떻게 연애도 안 하고 결혼하느냐”고 충고한다.사랑도, 미래도 불확실한 여성들은 파르바티의 고향인 바닷가 마을에서 인생의 갈피를 잡는다. 아누는 남자 친구와 마음껏 사랑을 나누고 결혼에 대해 한발 더 용기를 낸다. 파르바티는 살 곳을 얻고, 프라바는 남편에 관한 생각을 정리한다. 파얄 카파디아 감독은 “여성들의 우정에는 사회가 두려워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 여자에게 서로의 다름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유토피아적 관계를 맺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감독이 말하는 유토피아는 도시가 아님을, 겉으론 화려해 보이나 빈부격차와 신분 차별, 낮은 여성 인권, 소수 종교 배척 등 사회문제가 가득한 곳이 아님을 세 여성을 통해 그려 낸다. 특히나 바닷가에서 의식을 잃은 남성이 깨어나 프라바와 나누는 대화를 통해 던지는 영화의 메시지가 퍽 인상적이다. “어둠 가득한 공장에서 사흘인지 나흘인지 모르게 일하다 나오면, 빛이라고 상상했던 그것들이 정말 빛이었을까 싶다”는 남성의 말에 영화는 밤이 내려앉은 바닷가 식당에 앉은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답한다. 여성들의 우정과 연대가 암흑 속에서 작은 빛을 만들었다고. 118분. 15세 이상 관람가. 디시트렌드 2025.04.22 0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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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잡는 마동석, 흥행 텃밭 4말5초 '천만 펀치' 날릴까 배우 마동석이 2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 4월 말에서 5월 초로 넘어가는 시기(4말5초)는 배우 마동석의 흥행 텃밭으로 꼽힌다. 통상 극장가의 비수기로 여겨지던 시기였지만, 그가 주연·제작한 '범죄도시' 2·3·4편이 '트리플 천만'을 달성하며 기대감이 커졌다.마동석이 원안, 기획, 제작과 주연을 맡은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이하 '거룩한 밤')가 이달 30일 개봉한다. 이날은 영화를 반값에 볼 수 있는 '문화가 있는 날'로, 5월1일 근로자의 날과 5월6일 부처님 오신 날로 이어지는 황금연휴다. 충무로 흥행 보증수표로 꼽히는 그가 등판해 침체한 극장가 분위기를 바꿀지 관심이 집중된다.'거룩한 밤'은 악을 숭배하는 집단에 의해 혼란에 빠진 도시, 특별한 능력을 갖춘 어둠의 해결사 거룩한 밤 팀 바우(마동석 분), 샤론(서현), 김군(이다윗)이 악의 무리를 처단하는 이야기로, 마동석의 장기인 통쾌한 복싱 액션에 오컬트 장르를 결합했다.악랄한 범죄를 저지르는 연쇄살인범과 좀비를 때려눕혀온 마동석이 이번에는 악마를 향해 주먹을 뻗는다. 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공개된 '거룩한 밤'은 판타지 색채가 강한 오컬트물이었다. 예상보다 액션 비중은 높지 않았지만, 새롭게 쌓아 올린 세계관이 돋보였다. 이를 통해 마동석 표 새 시리즈의 탄생을 기대하게 했다.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스틸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이번 영화에서도 마동석의 장기인 유머가 빛난다. 무서운 악마의 얼굴을 보며 "한국 사람이야?"라고 묻는 마동석의 모습에 속절없이 웃음이 터졌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마동석은 "세계관 안에서 유쾌함을 가진 팀의 장점을 살리고 싶었다"며 "본격 오컬트물이 아닌, 다크 히어로와 오컬트가 섞인 장르라서 가능했다"고 말했다.악마를 향해 날리는 주먹은 더 세졌다. 마치 한 편의 게임처럼 시원한 타격감을 표현하기 위해 후반 작업에도 공을 들였다. 마동석은 "범죄자를 때려잡는 영화들은 현실 기반 영화여서 리얼리티의 선을 지켜 액션을 했지만, 이번에는 더 액션을 펼칠 수 있어서 속이 시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운드와 타격감, 음향에 대해 상의하며 찍었다"며 "극장에서 보시면 더 통쾌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디시트렌드 2025.04.21 19:05 -
한국 애니, 그것도 종교물…'거절의 역사' 넘어 美 박스오피스 2위 [ 아시아경제 ] 국내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가 북미에서 인기다. 지난 11일(현지시간) 개봉해 이레 연속 박스오피스 2위를 달렸다. 지난 18일(현지시간)까지 티켓 매출은 3469만3552달러(약 494억원). 매출 감소 폭이 작은데다 상영관이 오히려 늘어 한동안 상승세가 유지될 전망이다.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 스틸 컷예수의 이야기를 어린이의 눈높이 맞춰 친근하게 그린 작품이다. 장성호 모팩스튜디오 대표가 각본, 연출, 제작을 맡아 예수의 탄생부터 부활까지 여정을 담았다. 찰스 디킨스의 '우리 주님의 생애(The Life of Our Lord)'에서 영감을 받아 아버지가 아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신약 성경을 풀어냈다.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 스틸 컷'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 '선 오브 갓(2014)', '더 바이블(2013)' 등 예수의 생애를 조명한 영화와 드라마는 많다. 그러나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은 소수에 불과하다. 장 대표는 빈틈에서 애니메이션화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디킨스가 자녀들에게 예수의 생애와 교훈을 쉽고 친절하게 전달했듯 순수한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구체화했다"고 밝혔다."비기독교인들도 아는 이야기에서 여느 작품처럼 고통과 상처에 집중하지 않았다. 새로운 시각으로 펼쳐내 흥미와 관심을 돋았다. 시간여행이라는 콘셉트로 어드벤처와 판타지 요소를 가미하고, 세세한 감정 표현으로 관객과 주인공 윌터(로마 그리핀 데이비스 목소리)의 일원화를 유도했다."장성호 모팩스튜디오 대표문제는 36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였다. 국내 투자처 상당수가 한국 애니메이션, 그것도 종교물은 북미에서 통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미국 영화계 지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기획안을 듣고 '무조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장 대표는 끝까지 국내 투자처를 고집했다. 크리에이티브와 판권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그는 "완성까지 꼬박 10년이 걸린 시간에서 90%를 투자에 쏟은 듯하다"고 말했다."그야말로 거절의 역사였다. 초기 투자는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됐으나 아이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 무렵 미국 할리우드 투자자를 연결해준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차마 손을 잡을 수 없었다. 애초 국내 자본과 기술, 인력으로 완성해야 한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킹 오브 킹스' 버추얼 프로덕션 제작 현장장 대표는 270억원을 투자받고, 나머지 90억원을 사비로 충당했다. 사생결단으로 뛰어들 만큼 완성도를 높일 자신이 있었다. 그는 충무로의 시각효과(VFX) 장인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해운대(2009)', '늑대소년(2012)', '한산: 용의 출현(2022)' 등 다수 영화에서 실재하지 않는 공간, 존재 등을 창조했다. 일찍이 첨단 기술력을 확보해 버추얼 프로덕션(가상공간에서의 촬영)의 새로운 가능성도 제시했다.모팩스튜디오에서 개발한 버추얼 카메라'킹 오브 킹스'는 그 시간과 노력의 투여로 이뤄진 결실이다. 세계 최초로 언리얼 엔진(미국 에픽게임즈에서 제작한 3차원 게임 엔진)을 활용한 리얼타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장 대표는 제작 전 퍼포먼스 캡처와 버추얼 촬영 기술로 새로운 애니메이션 파이프라인을 조성했다. 가상공간에서 모션 캡처(인체 움직임을 디지털 형태로 기록하는 작업)로 배우들의 연기를 촬영하고, 최종 편집본을 애니메이션으로 변환했다. 그는 "제작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는 효과적 시스템"이라고 단언했다.'킹 오브 킹스' 미국 시사회 현장"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촬영 현장은 계획과 다르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스토리보드(촬영할 영상을 그림이나 사진 따위로 먼저 정리한 장면 연출 판)가 있어도 갖가지 이유로 혼돈에 빠지거나 시간을 낭비한다. 특히 많은 감독은 컷을 많이 찍어 편집실에서 만회하려고 한다. 제가 구축한 버추얼 제작 플랫폼은 효율적인 준비로 이런 문제를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 제작비도 크게 절감할 수 있고. '킹 오브 킹스'는 그 시작일 뿐이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디시트렌드 2025.04.21 12:58 -
빛은 사람들에게서 나온다…‘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들’[영화프리뷰]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의 한 장면.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사람들은 꿈을 찾아 도시로 몰려든다. 그러나 도시에서의 삶은 어둡기 그지 없다.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 정글 같은 일터에서 일하다 녹초가 돼 작은 집에 이르면, 그렇게 하루가 다 가버린다.23일 개봉하는 인도 영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인구 2000만명의 대도시 뭄바이에서 일하는 세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프라바(카니 쿠스루티), 아누(디브야 프라바), 파르바티(차야 카담)는 저마다 고민거리가 있다. 프라바는 결혼 직후 독일로 일하러 떠난 남편과 1년째 연락이 되질 않는다. 아누는 주변 사람들 몰래 무슬림 남자와 연애 중이다. 파르바티는 20년 넘게 살았던 집터가 개발에 들어가면서 불법 거주자가 돼 거리로 나앉게 될 판이다.홀로 고향을 떠나온 이들은 가족이나 친구와 멀리 떨어져 있고, 서로에게 기대고 기댈 곳이 되어 준다. 프라바는 아누의 부족한 집세를 대신 내주기도 하고, 곤경에 처한 파르바티를 위해 변호사를 알선해준다. 병원에 잠시 파견 나온 남성 의사에게 마음이 가지만 남편 탓에 애써 자신을 억누른다. 아누는 그런 프라바에게 “어떻게 연애도 안 하고 결혼하느냐”고 충고한다.사랑도, 미래도 불확실한 여성들은 파르바티의 고향인 바닷가 마을에서 인생의 갈피를 잡는다. 아누는 남자 친구와 마음껏 사랑을 나누고 결혼에 대해 한 발 더 용기를 낸다. 파르바티는 살 곳을 얻었다. 프라바는 남편에 관한 생각을 정리한다. 파얄 카파디아 감독은 “여성들 간 우정에는 사회가 두려워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 여자에게 서로의 다름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유토피아적 관계를 맺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감독이 말하는 유토피아는 도시가 아님을, 겉으론 화려해 보이나 빈부격차와 신분 차별, 낮은 여성 인권, 소수 종교 배척 등 사회 문제가 가득한 곳이 아님을 세 여성을 통해 그려낸다.특히나 바닷가에서 의식을 잃은 남성이 깨어나 프라바와 나누는 대화를 통해 던지는 영화의 메시지가 퍽 인상적이다. “어둠 가득한 공장에서 사흘인지 나흘인지 모르게 일하다 나오면, 빛이라고 상상했던 그것들이 정말 빛이었을까 싶다”는 남성의 말에 영화는 밤이 내려앉은 바닷가의 식당에 앉은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답한다. 여성들의 우정과 연대가 암흑 속에서 작은 빛을 만들었다고.인도 영화 중 칸 경쟁 부문에 30년 만에 초청돼 2등 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았고, 전 세계 영화제 47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첫 영화부터 수작을 빚어낸 감독의 다음 영화를 설레며 기다린다. 118분. 15세 이상 관람가. 디시트렌드 2025.04.21 1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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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칼럼]영화 '승부'로 본 인생과 '인연의 힘' [ 아시아경제 ] 최근 바둑기사 조훈현과 이창호의 삶을 다룬 영화 '승부'가 개봉했다. 익히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 두 사람은 사제관계였다. 당시 절대적인 고수로 세계 최강의 타이틀을 갖고 있던 조훈현은 이창호를 집안에서 함께 숙식하며 지내는 내제자로 들인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창호는 10대의 나이로 스승인 조훈현을 꺾고, 세계 최고의 고수가 되어 바둑 역사상 기념비적인 인물이 된다. '승부'는 집안에 들인 이창호가 결국 스승을 꺾어버리는 순간, 두 사람이 겪었을 내면의 갈등을 첨예하게 드러낸다.영화에는 단순한 바둑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생에 참고가 될 만한 여러 이야기가 녹아 있다. 특히, 바둑이 '내면과의 싸움'임을 강조하며, 바둑을 망치는 세 가지 적을 말하는데 이는 인생에서 주의할 점과 같다. 그것은 바로 경솔함, 안일함, 조급함이다. 요즘처럼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많은 시대에는, 투자에서의 유의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솔함, 안일함, 조급함을 경계하면서 자기만의 원칙을 갖고, 자기만의 시간을 따라, 침착한 태도로 살아가는 지혜는 바둑에만 필요한 게 아닐 것이다.영화 속에서 조훈현은 이를 위해서는 '체력'이 핵심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이창호를 데리고 함께 운동하고 등산하는 것을 중요한 수련 과정으로 삼는다. 바둑이라는 게 그냥 앉아서 머리만 쓰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스포츠 못지않게 '체력'이 중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인생에도 체력이 중요하다. 자기의 일을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영위하고, 제대로 사랑하려고 해도 체력이 핵심이라는 걸 자주 느끼게 된다.단단한 체력과 내면의 중요성에 이어, 영화를 통해 가장 깊이 생각하게 된 건 '인연'의 중요성이었다. 어쩌면 이창호는 조훈현을 만나지 못했더라도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러 이유에서 그러지 못했을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전 세계를 뒤지면 이창호 정도 되는 '바둑 천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중 상당수는 바둑의 길로 들어서기 전에, 바둑과 인연이 없는 여러 나라에서 농부나 회사원, 군인으로 생을 마감할 것이다. 우리 안에도 발현되지 못한 어떤 재능이 숨어있을지 알 수 없다.이창호가 세계적인 바둑기사가 될 수 있었던 건 그의 재능 덕분도 있지만, 절묘하게 좋은 스승을 만난 '인연의 힘'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좋은 스승을 만나는 건 무협에서 귀인을 만나는 것에 비할 법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좋은 스승을 못 만난다. 마찬가지로 어떤 스승이 모든 제자에게 좋은 스승인 것도 아니다. 스승과 제자의 궁합이랄 게 천운이라 할 정도로 딱 맞으면, 역사가 탄생한다. 그런데 그런 천운을 얻는 사람은 별로 없다.그럼에도 우리는 삶을 바꿀 인연에 열려 있어야 한다. 점점 더 외로워지는 시대, 각자도생과 타인과의 단절이 당연한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작은 인연 하나가 큰 파문을 일으키며 나의 삶도, 상대방의 삶도 어떻게 바꿀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인연을 맺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조훈현과 이창호만 하더라도, 그 값진 인연 가운데 수많은 내적 갈등을 겪는다. 그렇지만 결국 좋은 인연은 값진 삶을 탄생시키고 역사를 만든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인연 또한 그러할 수 있다.정지우 변호사·문화평론가 디시트렌드 2025.04.18 14: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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